두번째 살롱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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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롱은 이렇게 진행될 예정이에요!

살롱 아카이브

<aside> 🔍 타시

월경은 평범한 몸의 일이다. 그러나 ‘여자 아이가 영원히 여자 편에 서게(Simone de Beauvoir, 『Le Deuxième Sexe』)’되는 경험은 여성이 남성중심사회에서 타자로 존재하게 만드는 문화적 상징으로 기능해 왔다.

부정적인 통념에 근거한 문화적 금기는 월경을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고 강조해도 남들에게 수용될 수 없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다. 이는 여성으로 하여금 종교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고, 생필품인 생리대를 구매하기 어렵게 만들고, 조심스러운 몸가짐에 충실하게 만든다. 여성들은 자신의 월경 경험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고 실제 월경으로 겪을 수 있는 고통은 보이지 않게 가려지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그렇게 여성들의 경험은 굴절되어왔다.

영상 속 여성들은 여성의 입장에서 월경을 재정의 하고 있다. 월경에 대한 부정적 통념과 금기를 깨고, 월경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남성중심적 문화에 대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월경 중 공동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강력한 터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금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한국사회에도 존재한다. 검은 봉투에 생리대를 담아주거나 ‘마법'이나 ‘그날’이라고 부르는 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월경을 금기시해왔다. 월경은 평범한 몸의 일이다. 평범한 몸의 일은 금기가 될 수 없다. 여성의 몸은 어떠한 의미도 구구절절 붙어있지 않은 상태로 존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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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플래시

사실 이번주에 날씨도 안좋고 몸 컨디션도 별로라서 의욕저하 상태였다. 잠깐 짊어지고 있는 것들을 풀어해치고 볼까 하다가 의욕이 만빵으로 충전되버려서 그자리에서 폭풍 글쓰기를 하게 된 기분 좋은 영화였다.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생각꺼리는 꽤나 다양했다. 그래서 홀린듯 이런 저런 글들을 찾아 읽어보다가 장편의 글을 써버리게 되었다😅

단순한 생리대가 아니다

생리대는 누군가에겐 자유가 되고, 누군가에겐 힘이 되며, 누군가에겐 꿈이 된다.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그랬듯, 몸에서 나오는 검붉은 피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고 환영받지 못했다. 몸 속의 안좋은 것들이 피에 담겨 나온다거나 저주를 받아서 그렇다는 인식이 있었고 월경 기간 중 여성은 신성한 사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는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어쩌면 인도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성들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없는 집에서 한달에 만원가량 생리대에 써야한다면, 그 여성 역시 환영받지 못한 존재일 수 있을테니까.

심지어 월경은 여성 본인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한다. 한 달 중, 생리 기간이 되면, 여성은 사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게 된다. 몸에서 피가 나온다는 이유로. 생리대를 사용하며 학교 수업도 꼬박꼬박 갈 수 있었던 나도 언젠가는 생리때문에 다음 생에서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인데,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쪽에서는 오죽할까.그런데 이때 생리대가 나타난다. 여학생들은 생리기간에 생리혈을 받을 수 있는 천을 갈 수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생리대를 하고서는 학교에 가서 안심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던 여성은 자신의 딸이 사용할 생리대를 직접 만들면서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당당히 자립을 할 수 있게 된다. 생리대를 만들어 팔고, 직접 사용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생리대는 누군가에게는 자유가, 누군가에게는 힘이되며, 누군가에게는 꿈이 될 수 있다. 그 순간 생리대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게 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비록 영화 상 배경은 인도였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현재도 겪고 있는 일들이기에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이 되었다. 두 가지 정도 일화가 떠올랐는데, 하나는 한국에서, 또 다른 하나는 케냐에서 파견 중 겪었던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제작년 즈음인가 출근길 지옥철에서 갑자기 생리양이 급격히 많아져서 바지에 많이 새버렸던 적이 있었다. 정말정말 다행히도 겨울이었고 외투를 허리에 묶어서 잘 대처할 수 있었는데, 당시 직장 근처 역까지 와버렸지만 그 상태로는 어디에도 갈 수 없었고, 이미 출근길에 모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버린 상태였다. 당시 일이 그리 바쁘지 않았기에 바로 연차를 내고 집에 가서 샤워한 뒤 전기장판에서 힐링했던 기억이 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별로였다.케냐에서는 시골마을에 살았었고 가축관련된 사업을 했었다보니, 험한 비포장도로를 매일같이 다녔어야 했다. 시골마을이라서 화장실이 제대로 없는 곳도 있어서 이전에 일했던 동료는 물을 최대한 먹지말고 수분을 없애면서 생리기간에는 8시간 이상 끄떡없도록 잘 대비해야한다고 조언을 주었었다. 다행히도 케냐에서는 생리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서 늘 마음졸였던 것보다는 순탄하게 넘어갔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만약 전화도 잘 안통하는 산에서 생리대를 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이렇게 생리 이야기를 할 때면 불쑥불쑥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생각이 있다.

“아니 내가 이런 것까지 신경써야해?”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쁘고 힘든데, 휴가철이면 생리기간과 겹쳐서 혹시 수영장을 갈 수 없는지, 아침 회의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출근 전 갈아둔 내 생리대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한다던지, 양이 많은 둘째날이면 생리대를 두개 겹쳐놓고 검은색 바지만 입는다던지, 이런 것들까지 생각하고 신경쓰면서 살아가는게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이런 일들에 매달 만원 이상씩 돈까지 쓰고 있으니 더 화날 수 밖에. (그마저도 친환경으로 가려면 더 큰 돈을 내야함)

코로나와 월경빈곤

열받는 건 열받는 것이고 이미 여자로 태어난 이상 어떻게 하면 월경과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수 밖에. 월경에 대해서 한번도 구글링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많이 있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월경빈곤과 그린월경.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생리대 문제가 비단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여성들이 현재도 겪고 있는 진행형의 문제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월경빈곤 때문이었다. (이런 단어가 있는 것조차 몰랐었다)

월경빈곤은 매 달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겪고 있는 여성들의 빈곤문제인데, 코로나가 휩쓸고간 2년간 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을 결국에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기에는 이정도 인 것 같다.

  1. 국가에서 생리대를 필수품으로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평생 지원하는 것
  2.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 대신에 재사용 가능한 생리컵이나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

비록 뉴질랜드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스코틀랜드에서는 모든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고 있지만, 여성가족부가 폐지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직 1번은 요원한 이야기 같다. 물론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야하겠지만, 이 부분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그렇다면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2번인데, 이게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모든 여성들이 행할 수 있는 보편적인 해결방법인지는 물음표이다.사실 케냐 파견 전, 비닐봉지가 전면 금지된 나라이기에 입국시 짐검사에서 겉표면이 비닐로된 생리대는 압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면 생리대를 구입해서 케냐로 입국했는데, 다행이 짐검사를 대충하는 공항직원 덕분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지만, 케냐에서 지내는 1년동안 이 곳에서 면생리대 3개로 1년을 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리라 느껴졌다.당장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단수되어 샤워할 물도, 먹을 물도 없을지 모르는데, 그곳에서 면생리대를 세척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었다. 당시 내가 지냈던 숙소가 월 30만원의 임대료로 그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이었음을 고려한다면, 다른 집에서 살고 있는 현지 친구들은 상황이 더 열악했으리라 생각한다.게다가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것도 어색해하는 나라의 여성들도 있는데, 생리컵과 같은 대안이 보편화되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몇 개월 전 생리컵을 시도했던 나도 지금은 실패하고 다시 돌아왔으니🥲

그린 월경

앞선 이야기와 이어지는 맥락에서 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그린월경이 “모든 나라“의 “모든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환경에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결국에는 일회용 생리대가 아니라 생리컵이나 면생리대를 써야하는데, 물에 대한 접근이 자유롭지 않은 나라에서는 당장 마실물, 샤워할 물도 없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비록 물 사용이 원활하더라도, 세척한 생리대를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건조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봐야한다. 생리에 대한 인식개선이 아직 나아갈 길이 많기 때문에, 개방된 환경에서 이를 깨끗하게 말릴 수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한 기사에 따르면, 매년 여의도 면적만한 숲이 생리대 생산으로 인해 파괴된다고 하는데 생리대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그리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생리컵이나 면생리대는 최근에 들어서야 종류도 크기도 다양해졌고, 아직까지 사용방법에 대해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도 생리컵은 아직 낯선 경우가 많아서 인식개선에 대한 움직임도 함께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

기타

영화본 뒤, 구글링 하면서 우연히 알게된 것인데, 월경상점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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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핑키

학생이니까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한다. 왜 중, 고등학생만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하는 규정이 비교적 오랫동안 존속되었던걸까. 컨트롤의 도구. 20대 남성은 군대를 보내면 된다.

생리는 더럽다고, 죄를 지은 것이라고 여성이 스스로를 갉아먹게 유도한다. 죄를 지은 더러운 존재이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며 컨트롤한다. 차이를 차별로 전락시켜 옭아맨다. 누가 컨트롤 하는 것일까. 기득권이다. 대부분은 남성. 여성도 존재하지만 정서문화적으로 가부장적 남성을 따라 기득권이 된 이들이므로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생리 하나로 인류의 절반을 2등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그럼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까. 여성 중에서도 깨어있는 여성. 그리고 남성 중에서도 깨어있는 남성. 협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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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테츠오

  1. 다수가 옳다고 믿는 생각의 틀에 도전하고, 이것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도전한 용감한 이들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이 다큐에서 나온 마을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생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부터 생겨난 사회적 문제를 깨닫고, 이에 도전한다. 직접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고, 판매하고, 여성들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편견을 딛고 행동하는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가 가슴 한켠에 울림을 주는 다큐였다.
  2. 30분 남짓의 다큐였지만, 다큐에 나오는 여성 주민들의 표정, 말, 주민들이 살고있는 마을의 풍경 등을 보며 내가 나가있던 현장을 떠올랐다. 주어진 신체적 특성이나 환경적 이유로 인해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고, 힘을 잃고, 기회를 잃는 사람들. 내가 국제개발협력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것은 아마 그렇게 부당한 이유나 무지로 인해 권리를 잃는 사람들을 위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현장에 나가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 다큐를 틀어두고 편안한 소파 위에 앉아있는 나의 모습은 그런 초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조차 없었던 요즘의 나를 반성했다. 쥬륵 </as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