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탱커레이
나는 드세고 기가 센 여자이다. 남자애들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고 고등학생 때까진 남자들과 친구로 지내지도 않았다. 시골에서 자란 탓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도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하며 친하게 지내는 남자 사람 친구는 전무하니 내가 남자아이들과 얼마나 교류가 없었는지 알 만하다.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동네 남자 사람 친구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던 적이 있다. 그 애 말로는 그들 사이에서 나는 무서운 여자애로 통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도 다가가기 두려워서 말을 걸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들은 내가 뭐가 무서웠던 걸까. 나는 덩치가 크지도, 힘이 세지도 않았다. 평균 키와 몸무게였고 그렇다고 운동을 배웠거나 싸움을 잘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날 무서워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내 성격과 말투 때문이었다. 툭툭 내뱉는 거친 말투에 더불어 융통성 없고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닌 데다 할 말은 다 해야만 하는 성격이었다. 나쁘게 말해 드세고 기가 센, 좋게 말하면 자기 생각이 뚜렷한 여자아이였다. 이런 나에게 어느 누구도 '여자 답지 못하다', '여자가~' 라는 식의 말로 나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 아니 한 적이 있었나? 이런 성격이라 그런 말을 듣고도 개소리라 생각해 한 귀로 듣고 흘려서 기억을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 기억에 한해서는 그런 몰상식한 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성격 그대로 아주 잘 컸다. 20대 때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남자 사람과도 친구로 지내기 시작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때로는 할 말을 참기도 하면서 조금은 유해졌다. 그래도 특유의 ‘드센’ 기는 변하지 않아 이제껏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남자’는 없었다. 그래서 세상이 아름다운 줄만 알았다. 이런 내가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타고난 본성보다 후천적인 가르침으로 순종적인 여자가 되어 히잡을 쓰고 남자가 나를 택하여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나는 순종적인 여자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라고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부모에게 매일 ‘여자답게’ 행동하라고 잔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아니 잔소리를 넘어서 ‘명예살인’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명예살인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명예 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이슬람권의 관습이다. 그들이 말하는 집안의 명예란 전통 복장을 입지 않고 스키니진을 입었다고, 집안에서 정해준 남성과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이슬람교 외의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상상조차 못하는 것들이다. UN은 해마다 약 5,000여 명이 명예살인 당한다고 발표했지만 비공식적으로 20,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하게도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켜 살인을 당해야만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다.

출처: Sarah Cowal
영화 ‘세인트 주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에 망명을 요청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세파 아슈아리’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 ‘주디 우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아세파는 여성도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어린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하고 소녀들과 거리를 걸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의해 체포되어 고문당한다. 이후 미국으로 탈출하여 미국 망명 제도를 통해 신변을 보호받고자 하지만 미국은 망명 신청을 거부하고 아세파는 자국으로 추방당하면 아빠와 남자형제들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영화 ‘세인트 주디’는 1996년~2001년 탈레반 집권당시의 여성의 교육과 취업, 정치 참여 등 사회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여실 없이 볼 수 있다.
현재 20년 만의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아동 인권이 우려되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과거 여성의 사회 활동을 완전히 차단했던 것과 다르게 ‘샤리아 율법에 따라 여성에게 일을 허용할 것이다. 여성은 사회의 중요 요소이며, 우리는 그들을 존중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여성은 적극적인 역할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국제적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하는가 또한 탈레반(남성)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탈레반 조직원들이 여성들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을 폭행하거나 살해했다는 소식들이 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샤리아 율법의 근간이 되는 코란에는 인간은 평등하다고 하는데 그들은 샤리아를 따르는 것일까 그들 자신의 비뚤어진 신념을 믿고 따르는 것일까. 그들에게 여성은 독립적 인간이 아닌 남성의 소유물로서 욕구를 풀어주고,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인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종교는 자유이고 어떤 것을 믿고 행동할지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니까. 문제는 종교가 아니라 사람일 것이다. 20년 전과 지금 2021년은 국제적 분위기와 여론의 힘이 확연히 다르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또한 20년 전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는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도 나와 같은 ‘여자’가 있다. 나와 같은 그들은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과 살인을 당한다. 그들이 잘못 태어나고 내가 운 좋게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 이어서는 안 된다. 어느 곳에서 태어나든 내가 나답게, 오롯이 나의 의지로 살아 갈 수 있어야 함이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