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업을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다 보면 여러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이미 기획 단계에서 예상된 문제이기도 하고, 코로나 19처럼 상상도 못한 정체일 수 있으며, 하물며 이런 것까지 걱정해야 하나 싶은 고민들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사업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현장 활동가는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을 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애를 쓰는데,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과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일단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에 대한 사후관리로써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이전에 일어난 문제가 같은 원인으로 재발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같은 이유’라는 것은 없다. 그 까닭은, 개발협력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하는 일에는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사실상 ‘모니터링’의 한 부분이다. 이론적으로는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와 모니터링 및 평가(Monitoring & Evaluation)는 다른 개념으로 구분하지만, 사전적으로 ‘관찰’을 의미하는 뜻으로 ‘모니터링’을 이야기하자면 현장에 발을 붙이고 있는 행위 자체가 이미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사업참여자를 만나면서 지금의 이 활동이 프로세스 관리니 성과 관리니 설명하는 것은 그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를 만나고 관찰하는 모든 일이야말로 현장에서의 ‘모니터링’이다.

직원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나가서 이해관계자들을 만날 때 늘 강조하는 일이 있다. 비록 우리는 대여섯 가지 질문지를 토대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응답을 기록할 것이지만, 이 일을 단순히 ‘조사’라고 생각하지는 말자고. 사실 이 말은 누군가에게 잘못된 주문이다. 우리는 프로세스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조사하러 나가는 것이지, 바깥 공기도 쐬면서 친목도모를 하면서 농담 따먹기나 하려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가는 출자자와 본부로부터 바로 소환 당해서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현장은 차디찬 자취방 바닥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모니터링’을 이론대로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까닭은, 개발협력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하는 일에는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업참여자들은 각자의 역량과 환경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성과를 보여준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훨씬 못 미치는 수준, 더 나아가 당장 보고가 필요할 수준의 문제에 당면한 사람도 있다. 일단은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서 해당 사례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일을 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 및 재발 방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시간만 낭비하기 쉬운 이 과정은, 우리가 사람과 사람으로서 마주하는 관계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무언가를 더 조사하기 위한 심층 인터뷰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함께 들어주는 이 ‘모니터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타인과 교류하는 데에 사용해온 방식이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개발 현장 이론에서는 특별히 강조하고 있지 않은 일, 그런 까닭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쉽게 잊혀진 일, 발주기관의 요청과 사업 계획서에만 쫓겨서 되짚어 보지 않았던 일. 하지만 국제개발협력 이전에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할 도리.
현장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사업계획서대로 운영되지 않고, 각종 이론들은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직 내가 역량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계속해서 점검하고 채워나가려고 노력도 하지만 일단 지금으로써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끝을 봤다는 사람도 못 만났다. 그렇다면 적어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고자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 성과 지표로는 측정도 할 수 없는 이 방법이 일단 내가 믿고 가보는 유일한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다. 사업 이전에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