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NG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일까? 사업계획서 작성? 프로젝트 수행? M&E? 투명성? 모두 중요하겠지만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 그렇다,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놈의 돈,돈,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KOICA나 기업의 CSR에 기대어 사업 자금을 확보한다. 그것이 단기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자금 확보의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단체의 생명력을 유지하기위해서는 후원자의 후원금이 탄탄해야 만 할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묻고싶다. 너무나 궁금하다. 당신은 후원을 하고 있는 단체가 있나요? 있다면 그 곳에 후원을 하고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없다면 왜 후원을 하지 않나요?
내 대답을 먼저 하자면 나는 어느 곳에도 후원을 하고 있지 않다. 4개의 기관을 거치며 약 7년을 일했음에도 어느 곳에도 후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통 기관에 입사하면 그 단체에 후원을 할 수 밖에 없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후원의 밤이라든지, 후원자 모집 할당량이라든지…로 인해 후원자를 찾아야 하는데 이럴때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숫자를 채워야 하는데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럴때에 가장 쉬운 방법이 내 지갑을 여는 것 이기에 좋던 싫던 가장 먼저 그 단체의 후원자가 되곤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돈이 아까워서? 단체를 믿지 못해서? 내가 일 하고 있으면서도 믿지 못한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솔직히 말하면 돈도 당연히 아까웠고 내가 일을 하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일을 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의구심.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이게 맞는건가? 그냥 일이니까, 일로서 해야만 하니까, 사무적으로 수행은 했지만 후원은 다르다. 내가 그 가치에, 그 행위에 충분히 동의가 되어야만 우러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단체는 없겠지만 그런 곳에 후원하고 싶었다. 그걸 찾는다는게 벌써 8년이 지났다.
인턴 시절 여러 부서에서 보조를 했는데 그 중 모금 홍보 업무는 정말 하기 싫어서 영혼 없이 했던 기억이 있다. 나 스스로 이 기관에 자신이 있고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기관에서 왜 일 했냐고 물어본다면 '과연 그런 생각이 안 들게 하는 기관이 있을까?' 라고 반문하고 싶다. 그 생각에 매몰된다면 NGO에서 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의미가 있기에,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일을 했다고, 그것 하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무튼 나는 해피빈 모금에 올릴 홍보 사진과 문구를 적어야했는데 아주 상투적인 멘트 밖에 적을 수 없었다. “단 돈 5,000원이 없어 이 아이가 굶어 가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어요, 도와주세요” 불쌍해 보이는 야윈 사진, 열악한 집 사진 등등… 사람들의 동정과 연민의 감정에 호소하는 글을 잔뜩 나열했다. 그게 가장 빠르고 1차원 적인 방법이었으니까. 빈곤포르노에 대해 배웠고 동감 했지만 일반인들의 후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방법이기에 ‘일’을 했다. 하지만 두번째 기관에 입사하여 직접 사람을 대면하여 모금 활동을 할 때는 그런 멘트로는 도저히 입이 떼어지질 않았다.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일을 해야하기에 어떻게 말해야할까 한참 고민했다. 적당하게 타협하여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조차 확신이 없어 후원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자신을 가지고 말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일은 일이니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내 생각은 전하되 모금을 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야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사람들이 듣기 불편해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말을 하기로 했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해외봉사팀의 봉사활동이 끝나고 했던 모금 활동에서의 일이다.)
“여러분이 일주일동안 이 곳에 와서 봉사활동 한 것이 이 곳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죄송하지만, 그리고 듣기 불편하시겠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어요. 여러분들이 이 곳에서 봉사활동 하기 위해 주민들은 동원이 되어야 할 때도 있었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만들어내야만 했고, 낯선 사람이 돌아다니기에 주민들은 불안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여기에 온 것이 잘못되었다. 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했던 일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의미는 여러분들에게 있어요. 여러분들이 여기에 와서 직접 보고, 느끼고, 주민들의 얼굴을 보고,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그 기분. 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그 감정. 그것을 느꼈다면 이 봉사활동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이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 사람들을 변화 시키거나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피해를 주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죠. 하지만 저의 이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면, 그 것 하나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여러분이 앞으로도 저희 단체의 이러한 활동에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후원을 부탁드려요. 참 많은 힘이 될 거예요.”
해외봉사팀에게 행했던 모금활동이라 특수한 상황 이었지만 그들에게 내 진심이 통했는지 꽤 많은 숫자가 후원을 했다. 요즘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린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 달라는 1차원 적인 모금활동을 해야만 하는 걸까. 나조차도 텔레비전에서 광고나 희망TV따위를 하면 보지도 않고 돌리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길거리 모금 활동을 다른가? 아니, 사람들의 동정심에 더 호소하면 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엔 스티커 하나 붙여 달라며 조사 하는 것처럼 유인하여 결과적으로 후원을 하도록 하는데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걸 진심으로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반인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 ‘호객’활동에 ‘걸려’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건지, 결과적으로 무엇을 요구할지 뻔히 알면서도 정말 바쁘지 않는 다면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길거리에서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말 걸기가 어찌 쉽겠는가? 그들의 노고를 알기에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짠한 마음을 가지고 들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다 듣고 후원지 작성을 유도할 때에는 ‘후원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요, 더 생각해 볼게요.’하고 ‘벗어’나는데 그 날은 그게 통하지 않았다. 유독 열심히 일하는 그 청년은 유난히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불편한 마음은 원인도 모른채 며칠이 지속되었다. 마트에 들어갈때부터 앞에서 모금 활동하는 그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눈도 피하며 들어갔는데 나오는 길에 딱 붙잡혀버린것이다. 뿌리칠 수 있었지만 시간적 여유도 좀 있었고 평소처럼 들어나 주자 하는 마음으로 ‘걸려’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내가 후원 증서를 쓸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내 아이를 들 먹이며 내가 하고 있는 곳이 있으면 아이 이름으로도 많이 한다고 아이 이름을 물어보며 후원지를 작성하려 했다. 그는 강요가 아니라 여러번 말했지만 그건 명백한 강요였다. 후원금이 수혜자들에게 90%이상 지원이 된다, 작은 단체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큰 단체 이기에 믿을 수 있다,(그럼 작은 기관은 못믿는다는 건지 뭔지) '이 물품을 사는데 얼마 일 것 같냐', '한 달 하루 한 잔 커피 값 아끼면 이 물품이 굶주리는 아이에게 돌아 갈 수 있다.' 등 뻔히 다 아는 그런 멘트를 치면서 말이다. 언제까지 시민들의 연민과 동정이라는 감정에 호소해야 할까. 이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감흥이 오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지난 5년간 활동을 지켜봐온 한 곳에 이제야 '후원을 좀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오랫동안 그 단체의 활동을 지켜보며 그들의 한결같은 모습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비로소 생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부끄럽지 않게 소개하고 싶다. ‘후원금 다른데 안써요, 후원자에게 모두 쓰여요’ ‘당신에겐 얼마 안되는 푼돈이 이 사람들에겐 큰 돈이예요’ 그런 눈 속임이 아니라 단체의 비전에 대한 확신과 증명으로 우리가 가는 이 길을 함께 가자고, 동료가 되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