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정말 성질나는 때가 많다. 가뜩이나 성격이 못되어 처먹은 나는 이곳에서 버틸 이유를 참 많이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여기서 시도 때도 없이 화가 나서 심정을 안정시킬 수 없을 것만 같다. 하루에도 수없이 듣는 인종차별적인 언행들…. 대체 피부 색깔이 무슨 문제인데? 그놈의 피부 색깔과 눈 모양 때문에 기분 나쁠 일들도 참 많다. 내가 이곳에서 왜 개발협력해야 하는 걸까?

이곳에 오기 전 참 예쁜 이유들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작게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거창하게는 인류공영을 위해, 그리고 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신 이태석 신부님의 영향을 받아서, 때로는 어릴 적부터 노출된 빈곤 포르노로 인해 갖게 된 막연한 동정 등등. 그리고 결국에 개발협력을 꿈꾸게 된 나는 스스로 참 착하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와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있다. ‘착한 척’하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불만족한 마음에 불평을 늘어놓고 때로는 분노까지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참 자괴감을 느끼는 때가 많다. 나는 정말 착한 척하던 사람인 것이다.

어떤 때에 자괴감을 느끼는 것일까? 한국에서도 소문난 뚜벅이인 나는 파견지에서도 참 많이 걸어 다닌다. 그러다 보면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 참 짓궂다. 물론 친절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를 ‘칭칭총’ 거리며 부르거나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때에는 화가 치민다. 대체 중국이 뭐가 그렇게 웃긴 데? 그리고 중요한 건, 나 중국인 아니야…. 나름 착하게 살려고 온 건데, 왜 그러는 것일까? 어떤 날은 너무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가운뎃손가락을 치들었다. 터져 나오는 온갖 괴성(다행히도 맞지는 않았다.) 가만히 지나가는 동양인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한 소리 했다. 시간 지나서 생각해보니, 뇌를 거치지 않은 내 충동적인 행동이 참 어이없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때, 참 자괴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오게 되었든, 그리고 좋든 싫든 간에 나는 한국인을 대표하게 된다. 볼 수 있는 주변 한국인이 나뿐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스스로 지레짐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내가 그런 멍청한 모습을 보일 때, 한국인은 충동적인 멍청이로 비추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히 1~2년 머물다 가는 사람인데, 그런 경솔한 모습으로 한국인의 이미지를 먹칠하게 된다면, 남아계신 한인 분들께는 얼마나 실례가 되는 것일까? 평소 따뜻한 마음으로 챙겨주시는 한인분들의 미소가 눈앞에 스친다.

솔직히 부끄럽지만 나는 착하지 못하다. 이태석 신부님과 같이 희생의 정신을 실천할 넓고 깊은 마음도 없다. 그렇게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 정을 준 많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한없이 깊다. 남아계실 소중한 분들이 현지에서 더 편히 살아가실 수 있도록, 좋은 이미지를 많이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당시 있었던 한국인 아무개가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주변인에게 사랑을 실천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라고, 한국인은 좋은 사람이라고.

거창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외교도, 어찌 보면 세계 어디선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교민분들이 편히 생활하실 수 있도록 이미지를 쌓아가는 그런 것에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쿵푸 동작을 취하며 깔깔대는 꼬마,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간다. 어딜 가나 아주 장난기 많은 초딩들이 있다. 만국 공통! 나 쿵푸할 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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