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공사모에 합류하게 되며 기획했던 ‘국개협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무물)’. 2월부터 매달 1개씩 총 10개월 간 꾸준히 발간해서, 이제 올해 마지막이자 총 10번째 발간을 앞두고 있다.

2023년 2월 18일 김칩 팀 내에 기획안을 제출한 뒤, 20일부터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12월까지 총 22개의 질문이 모였고, 다채로운 흐름을 고려하며 매달 질문을 선별했다. (이 자리를 빌어 아직 소개되지 않은 질문들도 적절한 때를 기다려 발간할 것임을 밝혀둔다.) 이제까지 총 9개의 질문에 대해 총 47개의 답변을 수집했다. 회차별로 평균 5.2개 수준이다. 이제까지의 주요 키워드는 커리어, 해외파견, 인턴, 출장, 석박사, 전공, 연애 등. 질문자와 답변자들의 연차와 배경 또한 모두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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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물 몰아보기

올해 초 공사모 김칩팀에 지원할 때 몇 가지 목표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차 (나름) 고인물이 되어가는 상황인 만큼 이제까지 배운 것을 나누고 싶었고, 나의 좁은 시야를 깨고 싶었다. 조직적으로는 조직적으로는 기존 공사모와 김칩의 방향성 내에서 약간의 색채와 리듬을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호기롭게 새로운 코너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최초에는 업계 내 주니어들 대상 인터뷰를 해볼까 싶었지만, 인터뷰 형식의 코너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다른 구성을 찾고 싶었다. 김칩에 없으면서 구독자들이 쉽고 유익하게 읽을 만한 구성을 찾느라 개인적으로 구독 중인 뉴스레터 20여개를 뒤졌다. 아이템과 구성안이 나온 후엔 주기와 타겟, 프로세스를 정립하면서 기획안을 다듬어갔다.

최초 기획안

최초 기획안

기획안에 적은 것 처럼, 많은 사람들이 개발협력 업계의 신비주의와 진입 장벽에 낙담한다. 질문은 수없이 많지만, 답도 명확치 않고 전망도 뚜렷하지 않다. 나 역시 처음 개발협력 계에 들어왔을 때의 막막함을 기억하고 있다. 연차가 쌓이며 오히려 무기력함이 쌓였던 때도, 도망치고 싶었던 때도, 무너져 내렸던 때도 여전히 생생하다. 10년 동안 시대와 환경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선배와 강사로서 마주한 주니어들은 여전히 막막하고 답답하고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나는 선배로서 도대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혹자는 우리 업계의 커리어 패스를 사다리로 부른다. 하지만 내가 쌓아온 10년은 절대 하나의 방향도, 하나의 길도 아니었다. 단순히 끊임없이 오르면 어딘가 끝에 닿게 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나의 여정을 모험이라 부른다. 깊은 숲 속, 빽빽한 정글과 어두운 동굴을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걷다 보면 늪을 마주하기도 하고, 풀숲을 헤쳐야 하기도 하고, 절벽과 폭포 앞에서 좌절할 때도 있는 그런 여정.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동료를 만나기도 하고, 멋진 풍경이 펼치지기도 하고, 근사한 풍경을 다시 등지고 산을 내려가기도 하고 또 새로운 탐험을 떠나기도 하는 모험. 이 험난한 모험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 만으로는 견뎌내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나와는 다른 길을 걸은 동료들의 이야기와, 먼저 길을 떠난 선배들의 경험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다른 모험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혼자 걷고 있지 않다는 위로를 얻었다.

“이 힘든 곳을 어떻게 찾아왔어. 앞으로 고생일 거야. 나도 정말 힘들었어, 지금도 참 고민이 많이 돼. 그치만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가보려고. 그러니 힘내. 걷다가 또 만나자. “ 내가 만난 선배들과 동료들은 모두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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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먼저 탐험한 자로서, 새로운 탐험가에게 갖는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모험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 동료들과의 우애, 선배들의 조언으로 만들어져 온 것 처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되리라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먼저 이 여정을 떠났던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모으고 모아 전하고 싶었다. 이쪽 길로 가면 구덩이가 있고, 여기는 물이 부족하고, 저쪽은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는 작은 포스트잇들을 통해, 어둡고 막막한 길을 혼자 걷고 있지 않다고. 누군가는 그대가 걷는 이 길을 걸었고, 같은 고민을 했고, 또 용기를 냈다고. 힘들면 포기해도 좋고, 무너져도 다시 걸어도 좋다는 가능성을 전하고 싶었다.

이제까지 쉽게 꺼내두지 못했던 고민과 경험들이 무물이라는 코너를 통해 조심스럽게 모이고 전파되는 것이 감사하다. 나 혼자라면 한계에 부딪혔을 텐데, 많은 모험가들이 서로를 돕고 있어 다행이다. 당분간은 무물이라는 형태로, 오픈카톡방의 답변봇으로서, 작은 경험들을 나누고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막막하고 팍팍한 시대. 높은 꿈과 사명 때문에 더 깊게 좌절하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 소박하고 느슨한 연대가 힘이 되기만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