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니어 에세이로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블로그에 대학원 이야기를 남기면 많은 사람이 나의 경험을 공감하고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 에세이 주제는 '대학원'으로 정했다. 대학원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 과정 중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국제개발협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사실 누구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해외봉사, 인턴, 프로젝트 경험 등 나 또한 그 중 하나였다. 인생에 많은 목표들이 있었지만 20대 초반 나의 목표는 해외대학원 입학이었다.
4학년 졸업을 앞두고 해외가 아닌 ‘서울 영어 유학’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했던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2년 동안 영어 기초부터 유학 준비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드디어 입학의 문턱에 다다를 무렵,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장벽이 나를 막아섰다. 어쩌면 아주 좋은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2년 동안 유학 준비에 매달린 나는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았고 다 포기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결국 국내 국제대학원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최선의 결정을 내렸음에도 해외에 가지 못했다는 실망감은 나를 짓눌렀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2년을 악착같이 시험 공부하며 버텼고, 입학 직전까지도 영어 과외와 화상 회화를 병행하며 나름 괜찮은 실력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첫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그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낯선 단어들, 감당하기 벅찬 과제 분량, 그리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토론의 연속. 모든 것이 잘못된 것만 같았다. 매주 100페이지가 넘는 교과서와 논문을 읽고 요약문을 제출해야 했고, 매번 시험과 그룹 토론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I agree with her/him"이 전부였다. '내가 틀린 말을 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비웃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실 알고 보면, 그들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지만, 사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베야지!
포기하기엔 이미 투자한 돈과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의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둘 수는 없었고, 그만두더라도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한 학기만큼은 전력을 다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모든 기회를 붙잡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교 지원, 신설 동아리 개설, 각종 특강 참여, 학생회 친구들과 어울리기, 토론 수업에서 내 의견을 말하는 작은 용기를 내는 것까지.

국제대학원은 어쩔 수 없이 국내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었기에 대부분의 시간은 한국인 동기들과 보내게 되는 환경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국내 대학원의 한계를 뛰어넘고싶었다. 최대한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하며, 나 자신을 넓은 세계 속으로 던져 넣었다. 사소한 일상 속 대화부터 과제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협력까지…
그 노력은 어느새 나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에콰도르에서 온 친구와 조별과제를 하며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튀르키예와 미국에서 온 친구와 어울리며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배웠다. 그들과 어우러지는 시간 만큼 내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몰랐던 나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해 갔다. 처음엔 두렵기만 했던 수업 참여가 점차 익숙해졌고, 조금씩 수업에서 목소리를 내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 변화는 한순간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시도와 좌절, 다시 도전하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나 자신의 변화를 만들어갔다.
달디달지만 못했던 대학원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