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엔 공사모에 결혼식이 두 건이나 있었다. 겹경사를 맞이한 두 커플 모두 장기 연애가 결혼이라는 새로운 과정으로 이어진 사례인데, 국제개발협력을 하며 오랜 파견 기간과 장거리 연애라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사랑을 지켜온 이들이 참 대단하다. 결혼식 두 건 중 한 건은 내가 사회를 봤는데, 두 번째 보는 공사모 멤버의 결혼식 사회라 그런지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이렇게 사회 보다가 언젠가 나만 남고 모두 결혼하면 심심해서 어쩌지?’ 하는 일말의 위기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농담이고, 결혼식 사회나 축사 등을 부탁받으면 참 고맙고 기분이 좋다. 큰 행복의 한 가운데에 나를 데려가 주는 느낌이 들어서 함께 기쁘고 설렌다. 아직 가정을 꾸리는 행복을 느껴보지 못한 내게 다른 차원의 행복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다음에 누군가 결혼한다면, 내게 또 역할을 맡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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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길게 행복하고 싶은 내게 스테디셀러는 서은국 교수의 책 <행복의 기원>이다. 이 책은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는데, 눈 감고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행복을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한 번씩 행복 에너지 충전이 필요할 때 책장에서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본다. 행복을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요인 등으로 분석하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마지막 페이지에 있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장면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난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물질과 관련 없이 난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고 매진하는 사람에게 깊은 매력을 느끼는 편인데, 공사모를 포함하여 나의 주변엔 그런 사람이 참 많다. 다들 어딘가에서 함께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기 방식대로 무언가 부단히 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 국제개발협력을 하며 그런 이들을 만났고, 자주 만나서 맛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각자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를 나누다 보면 도파민이 마구 솟는다. 스스로가 행복감을 느끼는방 법을 알게 된 걸 보면 젊은 시기를 꽤 성공적으로 살아온 듯 하다.

최근 공사모는 커피챗 채널을 열었다. 국개협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누구나 공사모에 말 걸 수 있도록. 오픈한 지 보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벌써 서른 건이 넘는 대화 신청이 마구 들어오고 있다. 난 주로 오프라인 커피챗을 담당하다 보니 생각보다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 일상이 더 분주해졌지만,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예정에 없던 커피챗 채널을 연 계기는 최근 다녀온 베트남 출장이었다. 난 첫 국개협 커리어를 베트남 파견으로 시작했는데, 당시의 나는 그저 해외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불쑥 발을 갓 들인 상태여서 지식, 정보, 네트워크 모두 거의 없었다. 심지어 국제개발협력을 하면 국제기구를 갈 수 있다는 수준의 정보도 몰랐으니까. 시간이 조금 지나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지만, 이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파견지도 한국인이 나 외엔 아예 없던 베트남의 시골 동네라 더더욱 답답했다.

외롭기도, 두렵기도 했던 그때. 직업적 행복은커녕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 이후 어찌저찌 커리어를 이어가며 어느덧 이 일을 10년 하게 되었지만, 당시의 외로운 시간은 더 짧았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번 출장에서 당시의 내가 떠올랐다. 산골 어딘가에서 방황하던 내게 말을 걸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커피챗을 열었다.

지금까지 커피챗으로 만난 이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어 보였다. 대부분 새로운 정보를 알고 싶다고 커피챗을 신청하나, 실제로 더 원한 것은 자기 생각을 들어줄 사람, 그리고 그 생각이 맞는다고 말해줄 사람이었다.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며 정보를 주고받지만, 상담보다는 대화의 느낌이었고, 재미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예정된 커피챗 시간은 1시간이지만 1시간 이내에 끝난 대화가 없었다.

공사모 활동이 내게 주는 이로운 점 중 하나는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의 나와 비슷한 나이, 경험, 관심사, 가치관 등을 가진 이들을 자주,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당시의 내가 힘들고 어려워했던 지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함께 활동하며 이들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한편, 불행히도 지속가능은커녕 한 치 앞만 볼 수 있는 이 분야의 일하는 환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딱히 다르지 않아서 당시의 내가 겪던 어려움을 그들도 여전히 겪고 있다. ‘나는 국제개발협력을 해서 행복해요'라는 말은 그리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닌가? 일면식도 없는 이역만리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들이, 해결하겠다는 분야가 자신의 문제는 방치하는 것이 내 머리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분야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돈이 안 돼서인지, 간지가 안 나서인지, 두려워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이 흐름을 끊어야 한다.

행복의 기원에서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 확률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한 최적의 도구로써 행복을 활용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난 국제개발협력을 하며 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나누고 싶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행복을 나누고, 국개협을 하는 더 많은 이들이 이 일로써 행복을 느끼면 나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 모두가 이 일로써 행복감을 더 자주 느끼고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이 일을 하는 모두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희망을 품고 오늘 하루도 이 일을 하면, 당장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