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 2023

어릴 적, 겨울만 되면 학교에서 판매하던 크리스마스 씰을 기억하시나요? 처음에는 그게 예쁜 우표인 줄 알았습니다. 가격도, 크기도, 모습도 우표랑 같았고 심지어 뒤에 침을 발라 부착하는 방식마저 같았으니까요. 선생님이 결핵 환자들을 돕기 위해 사는 것이라 알려주셨겠지만, 초등학생인 제가 결핵이 뭔지 알아듣기나 했을까요. 그냥 예쁘니까 샀죠.

매년 들었던 이 결핵이라는 것. 도대체 결핵이 뭘까요?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아직 결핵이란 게 있기는 할까요?

결핵이 도대체 뭔가요?

안타깝게도 결핵은 아직 존재하는 질병이고, 사실은 매우 오래되고, 심각한 질병입니다. 아직도 우리의 속을 썩이고 있는 COVID-19나, 이전에 지나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종플루 등과 달리 결핵은 수천 년 전에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던 질병이었죠.

인간이 결핵을 앓았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2008년 이스라엘과 영국의 연구진들이 신석기시대 유적지인 아틀리트 얌(Atlit Yam)에서 발견한 사람의 유해입니다. 약 9,000년 전의 사람들에게도 결핵이 있었던 셈이죠(Hershkovitz et al., 2008). 이 외에도 약 5,000년 전 이집트 미라(Zink et al., 2003)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었고, 중국의 고대 의학서인 황제내경에도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Elvin et al., 1998). 조금 더 최근으로 와 보면 폭풍의 언덕의 작가로 유명한 에밀리 브론테, 1984와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 영국의 영화배우 비비언 리, 시인 이상 등도 결핵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을 괴롭힌 결핵은 어떤 질병일까요?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 의해 폐와 기타 장기가 감염되는 병이고, 사람만이 아니라 소 등 다른 동물에게서도 찾을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입니다. 결핵환자가 기침 혹은 재채기할 때 결핵균이 배출되고, 이를 들이마심으로 감염이 시작되죠. 또한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균이 포함된 타액이나 피 같은 액체는 매우 큰 전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된 모든 사람이 바로 환자가 되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인구의 ¼이 결핵균 보균자라고 추정되지만(Houben et al., 2016) 건강하고 면역력이 정상인 상태에서는 결핵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몸에 잠복하고 있던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핵의 가장 큰 조력자를 빈곤이라고 합니다.

결핵이 위험한 이유

정상인과 결핵환자의 폐. 출처: 대한결핵협회

정상인과 결핵환자의 폐. 출처: 대한결핵협회

결핵균에 감염되는 부위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나는데, 신장결핵이면 혈뇨, 척추결핵은 허리통증 등의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폐결핵 환자 다수는 호흡기 관련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감기 등 기타 질병과 증상이 비슷해 발견이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진행되면 기침, 가래, 각혈, 발열, 무력감, 그리고 체중 감소가 일어나는데,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되면 서서히 말라 죽게 되는 것이죠. 과거 유럽에서 Consumption(소모, 소진)이라 불렸던 이유입니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결핵의 사망률은 50%까지 치솟을 수 있습니다(Tiemersma et al., 2011). 전 세계적으로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이 있으면 결핵을 의심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핵은 균을 통한 감염으로 생긴 질병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함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완치를 위해서는 다수 항생제의 조합을 주기적으로 복약해야 하는데, 이 ‘주기’가 문제입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6개월간 약을 먹어야 합니다. 결핵의 큰 증상은 2주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완화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는데 이걸 22주를 더 반복해야 한다면 거부감이 치솟을 겁니다. 이 외에도 약에 대한 부작용, 매일 약을 받으러 가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피해 등의 이유로 치료를 이탈하는 비율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결핵균의 증식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약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아직 남아있던 결핵균이 다시 증식할 수도 있고, 이때 복용하던 약에 대한 내성을 가진 결핵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결핵은 더 비싸고 독한 항생제로, 더욱 긴 시간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Directly observed treatment, short-course(DOTS)라는 결핵 관리 전략을 발표했습니다(WHO, 1994).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 의약품의 보급 등 내용이 담긴 이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장기적인 결핵 치료 기간 보건 인력이 환자의 복약을 직접 확인하며(directly observe) 진행하는 데 있습니다.

환자가 DOTS 센터에서 결핵 약을 복용하고 있다. 출처: WHO

환자가 DOTS 센터에서 결핵 약을 복용하고 있다. 출처: WHO

팬더믹 속에서의 세계 결핵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