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8, 2023

‘코로나 블루’, ‘기후 우울증’, 최근 코로나19의 범유행과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확대되며 등장한 신조어인데요. 분쟁, 팬데믹, 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정신건강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어요. 그렇다면 국제개발협력(이하 국개협) 분야에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요?

정신건강 증진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3번의 하위 목표로 포함된 전 세계의 공통 의제지만, 신체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습니다. 특히 생애주기 중 정신장애(mental disorder)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80%가 저소득국가와 중저소득국 출신이지만, 개발원조 중 약 1% 미만이 정신건강을 위해 배분되었어요(Mnookin, 2016).

정신건강이 국개협 분야에서 소외된 이유는 여럿입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부족, 편견 등으로 개발도상국 내 예산 배분이 적고, 공공보건체계 내 서비스 제공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 예산 또한 정신건강에  배분되지 않을 뿐더러, 배분하더라도 긴급구호나 분쟁 대응에 국한되어 있어요(Gribble, Liese,& Wickremsinhe, 2021).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나 질환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 완전히 이루어진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또한 건강의 필수 영역 중 하나인 건데요. 이는 인간의 안녕을 위해 보건과 다른 분야를 접목하는 다분야 접근(multi-sectoral approach)으로도 이어져요. 이번 글에서는 정신보건이 경제, 사회, 환경 등 다분야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정신건강과 사회 안정

출처: Now 8 billion and counting: Where the world’s population has grown most and why that matters (UNCTAD)

출처: Now 8 billion and counting: Where the world’s population has grown most and why that matters (UNCTAD)

WHO(2021)에 따르면, 전 세계 자살의 77%가 저소득 및 중저소득국가에서 발생합니다. 개발도상국 인구가 전 세계 83%(UNCTAD, 2021)라는 점을 비추어보면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인데요. 보건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일부 국가에서만 자살 혹은 자살 시도가 제대로 보고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 내 과소보고 혹은 오분류 사례가 많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어요. 규모와 유병률에 비해 개발도상국 내에서 정신장애가 소외되어 왔음을 반증합니다.

이러한 편견 뒤에는 정신장애를 단편적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UN 건강권 특별보고관은 차별이 정신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라고 얘기**합니다. 빈부격차, 젠더, 분쟁 지역 거주 여부 등에 따른 차별과 소외가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거죠.

먼저 차별은 치료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신장애에 찍힌 낙인과 차별은 정신질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저해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기관에서 부적절하고 유해한 치료와 돌봄을 받거나,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등의 인권 침해가 일어나기도 해요. ****이렇게 보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 서비스 향상은 삶의 질과 사회 안정성과도 관련이 있어요.

차별의 연쇄 작용

사회적 차별로 인해 정신장애에 취약해지고, 정신장애가 다시 차별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먼저 교육, 경제, 사회적 참여가 제한된 빈곤 상태가 차별과 소외로 이어지고, 개인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여러 연구에서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낮고 소득이 적으며(Astbury, 2001, VicHealth 2004; Schwabe & Kodras, 2000; WHO, 2000), 직업이 불안정하거나 실직일 때 정신건강의 취약함이 지속해서 나타났습니다(Creed, Machin & Hicks, 1999; Power et al., 2000). 반대로 정신장애인이 취업, 교육, 주거 분야에서 제한받는 사례도 공공연하고요.

문제는 빈곤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된다는 거예요. 세대가 바뀌어도 사회경제적 지위와 불안정한 환경은 일정 기간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이런 환경에 노출된 아동은 우울, 불안 수준이 높고 물질 남용, 비행 행동 등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Bradley & Corwyn, 2002; McMunn et al., 2002; Pow0er et al., 2000).

글로벌 위기: 팬데믹, 이주, 기후변화

출처: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소득하위층 우울증·자살 생각 높아 (고양인터넷신문)

출처: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소득하위층 우울증·자살 생각 높아 (고양인터넷신문)

차별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주,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위기 앞에 정신건강 또한 예외가 아닌데요.

팬데믹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이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 제한 등으로 인해 소외감이 높아지고, 불안감과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죠. 그리고 이런 정신건강 문제는 소득 하위층, 1인 가구,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어요. 사회적 약자일수록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아플 때 쉴 수 없고, 낙인으로 비난받는 사례가 더욱 증가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