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탱커레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지 이제 두 달 가까이 되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뭐해?”하고 물어본다. 그들은 아무 생각없이 나의 안부를 묻기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그 한 마디에 나는 또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말’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지만 그들이 물어보는 그 질문은 꼭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고 난 뒤에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그렇지 못한 나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했다. 그래서 나는 할 게 너무 많아 바쁘다는 듯 대답한다.
하지만 실상은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두 달이었다. 아이가 등원하고 하원까지,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의 약 7시간의 돌봄 노동에서 벗어난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난 무엇을 해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물론 어느 누구도 나에게 손가락 질 하는 사람 없었지만 나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돼'라고 생각해 더욱더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직장에서 퇴근한 이후에 운동하고 학원도 다녀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에게 “와, 부지런하다, 대단하다” 라고하지만 그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 않나?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맥주 한잔 마시고 넷플릭스 보며 쉬는 사람에게 왜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지 아니하냐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퇴근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이 보통이지 않나? 육아와 가사일을 노동이라고 인정한다면 육아와 가사 노동은 개인 생활 뿐만 아니라 공간 분리가 되지 않기에 24시간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것인데 그나마 온전히 혼자가 되어 쉴 수 있는 9 to 4, 그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푹 쉬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기합리화 하는 것일까?
아이를 등원(교)시키고 카페에 모여 앉아 있는 “여자”를 경멸하던 때가 있었다. 처음 해외 파견을 나갔을 적엔 육아와 가사 노동을 도우미에게 맡기고 골프 치러 다니는 “여자”를 혐오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카페에 앉아 있는 그 시간, 골프를 치는 그 시간조차 그들에게 주어져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들이 “집”에서 끊임없이 가사와 육아 노동을 해야만 그들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나는 그 경멸과 혐오가 나에게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여자”들이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그 경멸과 혐오는 결혼과 출산을 거친 경력이 단절되어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모든 여성이 타겟이 되는 것으로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될 여성은 누구도 빗겨 나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판단하게 만드는 “세상”이 문제였던 것이다. 결혼 전의 내가 그들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봤듯 나는 이제 그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 질문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고 아이가 등원한 드디어 혼자가 된 그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 포장하려 애썼던 것이다. 육아와 가사 노동의 가치는 낮게 평가하면서 육아와 가사 노동의 주체가 되는 사람에 대한 잣대는 높은 사회. 내가 100일도 안 된 아이를 두고 취직을 통해 나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경제적 활동은 멈추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지만 다시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부모님과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했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하니 엄마는 나를 말렸다. 너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데 자꾸 돈 쓰면 사위 눈치 보여서 안된다는 것이다.(물론 그 사위는 눈치를 준 적이 전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지!) 내가 내 남편이 번 돈을 쓰는 게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엄마는 나를 소위 말하는 집에서 놀면서 남편이 벌어 다 준 돈으로 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엄마는, 그리고 엄마가 겪어온 세상에서 육아와 가사노동만을 하는 “여자”는 그렇게 평가 받아왔지만 우리 세대에는 그들의 노동 가치를 그리고 그 노동의 주체가 되는 사람을 제대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 보내던 날을 잊지 못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오롯이 혼자 있던 조용한 그날의 아침, 나도 모르게 “이게 사람 사는 거지”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얼마만에 갖는 혼자 있는 시간이었던지. 휴가는 커녕 퇴근도 없이 2년동안 영혼 털리게 일하다 2년만에 겨우 얻은 퇴근시간이 아닌가!!! 더 이상 죄책감 느끼지 않고 이제 집에서 넷플릭스 봐야지

안녕! 엄마는 퇴근할게


이를 처음 등원 시키던 날 혼자가 되어 여유 있게 먹었던 명란파스타와 대추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