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성과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표정이 어두워진다. 눈썹이 미묘하게 찌푸려지면서 “아, 그거요…” 하고 말끝을 흐린다. 성과관리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하다는 반응이 많다. 변화이론이니, PDM이니, 복잡한 용어와 이론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다. 더 속상한 건, 공들여 만든 성과모형을 누군가에게 내놓았을 때다. 내 사업에 대해 나보다 더 고민한 사람은 없을 텐데, 사업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PDM과 논리구조에 대해 지적을 한다. 그럴 때 실무자들의 속마음은 이런 거다. '내가 이걸 만드느라 얼마나 고민했는데, 도대체 뭘 안다고…'

그런 실무자들을 마주하고 앉아 “이 부분, 논리가 좀 약해 보이는데요”라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소위 성과관리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시민사회협력사업과 기업협력사업의 공모 마감일이 다가오는 요즘, NGO부터 기업까지 다양한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다. 누군가 밤을 새워 만들었을 게 분명한 문제나무와 PDM을 펼쳐들고, 나는 조심스레 구조를 살핀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실무자. 이건 아마도 전쟁 같은 성과관리 컨설팅. 무턱대고 감히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복잡한데요” 혹은 “이건 설득력이 좀 약합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가 많다. 그 때마다 상대의 눈빛 속에는 실망과 짜증이 잔잔히 스친다. '이걸 쓰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지만… 죄송해요, 논리구조가 안 보여요.' 속으로 조용히 (때로는 소리내어)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하기도 한다.
성과관리 하면 대부분 도식화, 표, 지표, 수치 등 딱딱하고 차가운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성과모형을 만든다는 건 단지 상자 안의 단어들을 정렬하고 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사실은 서로 다른 언어를 번역하고, 이야기를 연결하고, 마음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이해했고, 누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구조를 살피는 동시에 실무자의 복잡한 고민을 표면 위로 끌어올리려 한다**. '당신이 이토록 진지하게 고민한 것을, 이제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해봅시다.' 숫자와 사람 사이의 통역사, 이론과 현실 사이를 잇는 연결자의 역할을 한다.**

최근 시민사회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4주짜리 성과관리 실무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성과관리 교육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이 고민이 더 깊어진다. 성과지표, 변화이론, 논리모형…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한 주제들을 실무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교육 후에 최대한 현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려 애썼다. 가급적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달하기 위해 사례 중심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강사들을 모셨다. 수강생들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내가 현재 담당 중인 사업을 가지고 실습을 했다. 딱딱한 도표가 갑자기 살아나면서, 각자의 현장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때, 바로 이때 진짜 “번역”이 일어난다. 복잡한 지표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성과”라는 말은 상당히 왜곡된 인상을 준다. 모든 게 잘 되어야 할 것만 같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숫자로 바꿔야만 할 것 같은. 하지만 우리 프로젝트에서 진짜 필요한 성과란, 우리의 상상과 계획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전달되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기획자는 역량강화가 있으리라 믿으며 시작하더라도, 발주처는 ‘왜 이 사업에 돈을 대야하나요?’라고 묻고, 수혜자는 ‘이게 나에게 왜 필요한가요?’라고 묻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관점으로 같은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으니, 대화가 어긋나는 건 당연하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성과관리의 과정은 우리 사업 이야기를 서로에게 번역해주는 역할을 한다.
PDM과 성과모형은 그럴 듯한 도표가 아니라 대화의 시작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변화를 설계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그럴듯한 질문의 구조. 우리는 단순히 숫자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어 연결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성과관리 교육과정의 마지막 강의의 마지막 멘트로 이런 문구를 넣었다. “성과관리 전문가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 질문으로 문을 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그렇게 멋진 말만 하며 사는 건 아니다. 성과지표를 붙들고 새벽까지 고민하다 보면 문득,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회의감이 몰려온다. 변화는 늘 예측할 수 없고, 사업은 내 모형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은 도표와 지표, 숫자가 진실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구조 설계를 지나치게 세밀하게 다듬다 보면, 오히려 현실이 거기 끼워 맞춰지는 기분도 든다. 특히나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서와 내가 그린 네모 반듯한 모형 사이의 간극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교육 참가자 만족도 4.2점”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점심 준다고 해서 왔어요”라는 솔직한 피드백이 숨어있을 때도 많다. 그럴 때면 기껏 만들어 둔 PDM과 지표들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