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사랑 없이 국제개발협력을 할 수 있을까. 이 일을 하다 보면 참 사랑해야 할 대상이 많다. 현장의 아이들을 향한 애정은 물론이고, 속을 썩이는 파트너국 정부 관계자도, 때로는 벅찬 업무를 함께 감당하는 동료들마저도 사랑으로 품어내야만 일이 굴러간다. 이렇게 사랑이 필수적인 업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심심찮게 울리는 공사모 단톡방에서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오가는 이야기들을 보면 묘하게도 희망보다는 절망 섞인 한탄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수 없겠지만 국제개발협력 종사자가 연애 또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두 부류로 나뉜다. 그 짝이 같은 국제개발협력 종사자인지 아닌지로. 만약 연인이 국제개발협력 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면, 단톡방의 우려들은 곧 날카로운 현실이 된다. 잦은 해외 출장이나 파견으로 인한 파트너의 커리어 단절 문제, 기약 없는 롱디, 그리고 외벌이로는 감당하기 팍팍한 연봉까지. 그렇다고 같은 업계 종사자를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될까? 익히 들어 알겠지만, 그 또한 나름의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들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잿빛이기만 할까. 안정성이 부족한 이 길 위에서도, 누군가는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내고 또 가정을 꾸려 살아간다. 늘 현실적인 고민과 우려가 앞서는 우리들이지만, 오늘은 희망적인 이야기만 모아서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국제개발협력 희망편]
나에게는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종사하는 짝이 있다. 내 주변에도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종사하는 배우자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실제 결혼까지 이어진 A와, 연애에 전념하고 있는 B, 그리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C에게 국제개발협력 커플의 장점에 대해 물어봤다.
업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연인과 결혼 후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씨가 꼽은 국개협 커플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일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에게 내 직업을 소개할 때면 우리는 으레 기나긴 절차를 밟아야 한다. ODA가 대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종국에는 ‘참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결국 내 일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충 넘어가려는 머쓱한 반응을 마주하기까지의 그 피곤한 과정 말이다. 하지만 내 연인이 내가 하는 일, 맡고 있는 사업의 종류, 발주처의 특성, 그리고 담당 섹터를 이해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든든한 일이라고 A씨는 말한다. 가령 초청연수가 단순한 여행 가이드 노릇과 어떻게 다른지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 또한 내가 출장 가는 수원국이 총알이 빗발치는 위험천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 동아프리카라고 해서 1년 내내 찌는 듯한 더위와 사막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지 않는가? 그 외에도 A씨는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해외여행을 갈 때 유독 죽이 잘 맞고, 평소에도 국제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 집에서 함께 논할 수 있는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산학협력단에서 일하는 B씨의 연인은 같은 기관에 소속된 동료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땐 사내연애가 가져올 숱한 우려를 비 오듯 쏟아냈지만, 지금은 묵묵하고 단단하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B씨가 말하는 가장 큰 장점은 명확하다. 바로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돈보다는 직업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좇는 사람을 곁에 두고, 서로 자극을 주며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건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고 B씨는 말한다.
상대방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B씨 커플은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국개협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집에 가서까지 일 이야기를 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하며 가치관에 대한 고민부터 나아갈 길, 업무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질적인 해결책까지 함께 모색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건 깊은 안도감을 준다. 게다가 직업 특성상 훗날 함께 해외 파견을 나가기에도 용이하다는 점은, 이 업계 종사자라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장점일 것이라고 B씨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