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획기사 필진에서 에세이 필진으로 승진(?)한 짠망🐯입니다! 저는 한동안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이번에 베트남 하노이로 날아왔어요. 앞으로 에세이를 통해서 현지 파견 이야기를 전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UN, 잘하자…!

3월 10일, 베트남 도착 6일 차. 베트남 새내기이다. 원래 파견 계약은 2월 1일부터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에서 출근하는 것이었는데, 출발 약 2주 전에 UNV* 측에서 연락이 왔다. 출국 일자를 1주일만 미뤄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수령해야 하는 출국 준비금의 지급 과정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지급하기 전에는 출국을 못 한단다. 그럼, 일주일 뒤에 출국할 수 있는 건 확실한가? 그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다며, 서류 등 준비가 되었다면 티켓을 사비로 구입해서 출국하거나(??)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아니, 지급되지 않으면 출국할 수 없다며…

*UNV 봉사단원을 담당하는 UN 산하 기구 이름 역시 UNV (United Nations Volunteer)다.

출국이 일주일이건 이주일이건 조금 밀리는 것이야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계약 시작일이었다. 계약도 마냥 밀려버리는 건가? 결국 1월 말까지 기존 계약을 마무리하고 공백 없이 2월부터 바로 근무를 시작하려 했던 나의 계획과 달리 재택근무를 먼저 시작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출국하기로 했다. 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사비로 정착 비용을 부담해가며 출국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2월 중순이 지나도록 여전히 문제는 그대로였고, 2월 말에는 해결될 것이니 3월 첫 주에 출국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만이 있었다. 다른 파견 인원들도 모두 비슷하게 2월 말에는 해결될 것 같다는 안내를 받은 채 기다릴 뿐이었다. 다행히도 결국 2월 말에 월 체재비와 함께 비행 경비, 초기 정착비가 모두 지급되었고, 나는 그렇게 UNV 근무 시작 5주 만에(!) 공식적으로 현지 사무소에 합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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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로 베트남 쌀국수 먹기는 베트남 사람으로 거듭나는 첫 스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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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생한 UNV 지급 이슈는 연초 새로 도입한 재정 시스템 때문인데, 시스템상의 기술적인 문제로 항공권, 초기 정착비, 월 체재비까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내가 파견된 대한민국 외교부 산하의 청년 UNV는 대체로 파견 예정 해의 전년도 11월부터 늦으면 금년도 1~2월까지 합격이 확정되어 순차적으로 파견된다. 지급 이슈를 알아차리기 전에, 또는 문제가 금방 해결되겠다고 생각해 출국한 일부 봉사단원은 현지에서 금전적인 문제를 겪기도 했다. 내가 경비를 지급받은 후에도 일부 UNV들은 여전히 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충을 겪었다.

이번 UNV 측의 이슈로 다수의 단원이 근무 시작일을 미루거나 재택근무부터 시작하는 등 불편한 상황을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견자는 누굴 탓하리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UNV 측에서 문제 해결과 별개로 출국 이슈에 관해 파견기구 및 파견 단원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하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심지어 3월 초 UNV는 아태지역 UNV 청년 워크숍을 5월 방콕에서 진행하겠다고 안내한 지 일주일 만에 같은 기술적 문제로 행사가 순연되었음을 통보했다.

베트남과 UN

베트남에서 UN은 꽤 독특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UN 산하 기구는 “ONE UN(이하 원 유엔)”이라는 체계하에 협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유엔개발계획(UNDP)과 베트남이 맺은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다양한 UN 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2~2026년 베트남-UN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UN Sustainable Development Cooperation Framework for Viet Nam 2022-2026)’를 마련함으로써 UN이 베트남 국가적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활동할 수 있는 국가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 체결하였으나, 최종 버전은 온라인 공개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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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체결하였으나 최종 버전은 아직 온라인상 공개되지 않음 (UN SDGs)

원 유엔 하우스에는 여러 UN 기구가 상주해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이 하우스가 반기문 사무총장 재임 시절 발족한 이니셔티브에 따라 지어진 ‘그린 빌딩(Green Building)’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GREEN ONE UN HOUSE(이하 GOUNH)”라고 불린다. GOUNH의 또 다른 장점은 UN 기구가 물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 열린 펀딩 소식을 공유하거나 프로젝트 컨셉을 공유하며 사업을 같이 준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