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업수행기관에 새로 입사한 YP들을 보며 문득 내 YP 시절이 떠올랐다. 아직도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주니어이지만, 내 바로 뒤에서 국제개발협력에 마음을 담고 걸어오는 그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YP와 사회 초년생들에게, 마음이 수차례 곡선을 그려도 흔들리되 꺾이지 않길 바라며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내 YP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제목 그대로다.

사업수행기관 YP였던 대학교 3학년인 나는 정확히 입사한지 52일 만에 과장 명함을 받았다. 그날부터 퇴사하는 날까지 약 10개월 동안 나는 과장으로 불리며 회사에 다녔다. 물론 그곳은 내 첫 직장이었다.

대부분이 그렇듯 나 또한 국제개발협력 업계 경력사다리를 정직하게 따라가는 사회 초년생이었다. NGO봉사단을 통해 현장 경험을 쌓고, 비영리단체에 들어가기 위해 일 경험을 쌓고자 YP를 지원했다. YP를 모집하는 많은 기관 중 크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하는 기관을 골라 입사를 확정받고, 출근할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던 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던 나

입사 첫날 기다리고 있던 업무는 (당연히) 예상과는 다른 업무였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이는 팀에서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퇴근 전까지 사업 홍보를 위해 약 40곳 정도에 전화를 돌려 같은 멘트를 외치고 퇴근했다. 첫날부터 당연히 세상을 구하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YP 내내 전화만 하다가 끝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입사한지 한 달만에 발주처와의 크고 작은 갈등 끝에 팀장님은 퇴사했고 이러쿵저러쿵 시간이 흘러 우리 팀 정원은 4명이었지만 결국 2명이서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 기간동안 눈물을 흘리며 정말 많은 일들을 했고 진지하게 나 또한 퇴사를 고민했다.

그 사이 발주처에선 2명이던 팀에서 남은 2명마저 나갈까봐 내게 얕보이면(?) 안된다며 인턴이지만 과장 직책을 받고 일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손사래치며 거절했던 나는 결국 과장 명함을 달고 이후 **“김과장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라는 말을 월요일마다 들었다. 물론 월급은 YP 월급이었다.

모자이크 된 과장 명함(기관 보호 차원)

모자이크 된 과장 명함(기관 보호 차원)

이후 나는 과장 직책을 달고, YP 이후 5개월을 연장해 1년을 꼭 채워서 퇴사하게 되었다. 결국 퇴사 시점엔 팀 내 가장 오래된 인력이 되어 많은 팀장님과 다른 과장님들을 떠나보냈지만… 다행히 좋은 팀장님과 과장님을 만나서 사업을 안정권에 올려놓고 퇴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은 분명히 YP가 할 수 없을만큼 많은 업무와 결정권을 갖고 1년동안 업무를 했고, 그 시간은 결국 내가 이후 다른 기관에서 사업관리를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YP 동료들과 대화하다보면, 사업수행기관 YP는 많은 경우 둘 중 하나의 결론을 얻는다.

7개월간 자료조사만 하다가 끝나 더 이상 국개협에 관심이 없어지거나, 너무 많은 일을 받아 퇴사 직전까지 일만 하다가 질려 국개협을 떠나거나. 그렇게 많은 동료들이 떠나갔고, 또 후배들이 떠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아쉬움이 더 남는다.

사실 내가 YP로 근무했던 기관 또한 잡플래닛 평점 2.3에, 국제개발협력 업계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그 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기엔 추천하지 않던 곳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내가 겪었던 경험은 그 평점과는 별개로 중요한 것이 많았다. 쓸데없어 보이는 일도 많았고, 내가 이런 것들을 결정해도 되나 싶은 일도 많았지만, 결국 했던 모든 경험들이 다 다른 곳에서 소중히 쓰였다. 또한 그 곳에서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