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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한 일간지에 MZ세대가 공무원 지원 접는 5가지 이유 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가 진단한 원인은 위와 같았다. 3번을 제외하면 ‘MZ세대가 국제개발협력을 때려치우는 이유’로 제목을 바꿔 달아도 되겠다 싶었다. 석사는 기본에 언어, 섹터까지 갖췄지만 현실은 1인 다역과 야근에 10년을 해도 월 300만 원을 쉽게 못 넘는 임금과 열정페이, 계약직 위주인데 계약직은 호봉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조. 고일 대로 고인 리더십에 의한 경직된 조직문화. 월 만 원만 내면 밥 굶는 아이들 다 살릴 것처럼 빈곤 포르노를 양산하다가 ‘만 원 내봐야 그거 현장에 다 안 간대. 중간에서 인건비로 지들이 다 해 먹는대.' 같은 왜곡된 여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꾸준히 쌓인 대중의 부정적 인식까지. 두 분야를 오버랩하니 도출되는 공통점을 보며 ‘세계 최저 출생률+OECD 최고 자살률’ 대한민국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은 착잡함과 좌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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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지난주 공사모가 운영하는 국개협 활동가 오픈카톡방에 국제개발협력 사업관리 직무를 주로 하는 듯한 이의 익명의 카톡이 위와 같이 올라왔다. 10년 차인 본인이 ‘일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내용이었다. 이 카톡을 보니 문득 ‘일을 잘 한다'의 의미가 뭔지 궁금해졌다. 혼자보다 같이 고민할 친구가 있는 게 낫겠다 싶어 그 정의를 내 든든하지만 가끔 실수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아래의 답변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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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개를 추려줬다. 그중 다른 건 다 쉽게 이해되는데, 전문성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국제개발협력 사업관리의 전문성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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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10가지를 추려줬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국제개발협력 사업관리자가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 쓰인단다. 그러면 ‘성공적으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수행’의 의미도 물어봤더니 ‘지속가능한 발전과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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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든든하지만 가끔 실수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일을 잘한다’는 표현은 전문성을 포괄하며, 국제개발협력 사업관리의 전문성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음은 우리의 일터로 연결된다. 국제개발협력 기관 내부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관리 담당자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의 성과로 평가받는가?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그 가치를 온당히 인정받는가?

‘프로젝트는 따오는 순간 끝'이라는 말이 있다. 조직이 프로젝트 수주 후에는 수주 전만큼의 노력과 역량을 투입하지 않는 현상을 풍자하는 말이다. NGO에 다니던 시절 여러 번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대표적인 예로 난 국제개발협력 사업팀이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경영진이 하달한 우리 팀의 연간 KPI는 10억 원을 벌어오는 것과 ‘흑자'였다. 코이카 사업 경험조차 일천한 조직의 3명으로 이뤄진 일개 ‘사업팀’이 국제개발협력으로 당장 10억 원을 벌어야 하고, 돈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업팀임에도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이 더 많아야 했다. 무엇보다 그 10억 원으로 얼마만큼의 개도국에 변화를 일으킬지는 성과로 잡혀있지 않았다. ‘얼마를 벌어와라'는 있어도 ‘얼마만큼 바꾸자'는 주장은 경영진으로부터 들어본 바가 없다.

인터넷을 뒤적대다 모 대형 개발 NGO가 최근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섭외하여 런칭한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서 살펴봤다.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줄여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키고, 후원까지 해주면 떙큐가 캠페인의 골자였다. 이 캠페인은 개인의 탄소발자국 줄이기 실천활동으로 ‘개인 손수건 사용하기', ‘에어컨 냉방온도 2도 높이기', ‘재활용품 분리 배출하기', ‘개인컵(텀블러) 사용하기',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도보나 자전거 이용하기(주 1회)’까지 총 6가지를 제안한다. 참여자는 6가지 중 3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활동을 선택하면 해당 활동을 통해 개인이 줄이는 탄소발자국이 kg 단위로 표시된다. 캠페인 페이지에는 개인이 실행과 무관하게 6가지의 활동 중 3가지를 선택하고 나의 이름과 휴대폰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탄소발자국을 저감했다'며 나처럼 개인정보를 입력한 이들의 탄소발자국 저감 총량으로 추정되는 값이 ‘저감했다'는 표현과 함께 게시된다. 이 캠페인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캠페인의 성과 목표는 탄소발자국 저감일까, 참여자의 개인정보일까?’.

유감스럽게도 이 캠페인으로는 지구를 지킬 수 없다. 여러 비판할 점 중 한 가지만 살펴보면, 이 캠페인이 제시한 6가지의 실천 활동을 모두 실천한다면 1인당 연간 145kg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꽤 많이 줄이는 것 같지만, 한국인 1인의 연간 탄소배출량 평균은 2021년 기준으로 약 14,390kg이다. 즉, 이 기관의 캠페인을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줄일 수 있는 양은 약 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개인은 캠페인이 제시한 6가지 감축 방법 중 3가지까지만 선택할 수 있으니 1인당 1%도 못 줄인다. 대한민국이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2018년 대비 40%다. 우리는 이런 것을 ‘그린워싱'이라고 부른다. 개인이 지구를 지키는 몇 가지 습관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에 이 문제는 구조적으로 너무나 심각하다. 최근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정부가 천명한 2030년까지 40%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차도 ‘기후위기를 막기에 매우 불충분하다’는 헌법소원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캠페인을 보며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이 캠페인은 기후와 국제개발협력 전문성이 작동한 걸까?, 여기도 ‘얼마를 벌어와라'는 있어도 ‘얼마만큼 바꾸자'는 고민하는 절차가 없는걸까?